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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석 변리사 | 포장의 종합적인 ‘이미지’도 보호받을 수 있을까?

등록일 2025-07-02

장홍석 변리사가 기고한 IP 칼럼이 특허청 디자인맵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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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맵 | DESIGNMAP

 


 
어떤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 경쟁업체가 재료나 제품명, 포장 디자인 등을 비슷하게 만들어서 출시한 것을 이른바 미투(Me-too) 제품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미투 제품은 업계를 불문하고 있어왔지만, 특히 식품업계에서는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 예로, 최근 농심의 '먹태깡'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자, 노가리칩, 먹태이토, 먹태쌀칩 등 유사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된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투 제품은 보통 그 제품명을 먼저 인기를 얻은 제품의 제품명과 유사하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으로 채택하기 때문에, 선발 주자가 미투 제품에 대하여 제품명에 관한 상표권 침해나 부정경쟁행위를 근거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9. 6. 선고 2023가합72583 판결은 이러한 미투 제품을 둘러싼 두 회사 간의 오랜 분쟁에 관한 것으로, 원고는 피고가 제품명이 아닌 제품 포장의 종합적인 이미지를 모방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일부 내용을 생략·수정하였습니다].

사건의 개요
 
소개해드릴 판결에 관한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건의 원고는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로 다양한 빙과류 제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으며 1992년에 바(bar) 형태의 멜론 맛 아이스크림인 ‘메로나’를 출시하였습니다. 
‘메로나’는 현재까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매년 5~600억 원가량의 매출액을 기록하였고, 매출액과 인지도에서 국내 아이스크림 바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기 제품입니다. 
 

[원고의 ‘메로나’ 제품]

 

이 사건의 피고 역시 빙과류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로 2014년에 아래와 같은 제품(이하, “피고 제품”)을 출시하고 지금까지 판매해 오고 있습니다. 
 
[피고 제품]

 
원고는 ‘메로나’ 제품의 포장이 원고의 상품임을 표시하는 표지로 국내에 널리 인식되었고, 원고의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도 해당하는데, 피고가 ‘메로나’ 제품의 고객흡인력에 편승하기 위해 ‘메로나’ 제품과 유사한 포장을 피고 제품에 사용하였으며, 이러한 피고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다)목 및 (파)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제품 포장의 보호

 
먼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및 (다)목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이하, “상품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거나(출처혼동행위), 타인의 상품표지의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행위(희석화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며, 제품의 용기나 포장도 상호나 상표와 마찬가지로 상품표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품의 용기나 포장이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용기나 포장의 형상과 구조 또는 문양과 색상 등이 상품에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그것이 장기간 계속적, 독점적, 배타적으로 사용되거나 지속적인 선전 광고 등에 의하여 그 형상과 구조 또는 색상 등이 갖는 차별적 특징이 거래자 또는 수요자에게 특정한 품질을 가지는 특정 출처의 상품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되기에 이른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및 (다)목 소정의 ‘타인의 상품표지’에 해당하게 됩니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0도6187 판결 등). 
 
또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성과물 도용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합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보호대상인 ‘성과 등’은 그 유형을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이에 포함되고,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따라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성과 등’을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이러한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1다310873 판결 등).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및 (다)목의 부정경쟁행위 해당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

 
원고는 ‘메로나’ 제품 포장의 ①연녹색 바탕색, ② 제품명을 기재하는데 사용된 폰트, ③ 긴 면을 가로로 놓을 때 바른 방향이 되도록 제품명과 사진을 배치한 직사각형 모양의 포장지 모양, ④ 제품명과 멜론 사진의 배치, ⑤“Melon Flavored Ice Bar”라는 영어 문구의 배치와 같은 세부적인 요소들이 전체적으로 결합하여 형성된 ‘종합적인 이미지’가 제품 포장의 차별적 특징이고, 이러한 차별적 특징이 원고의 상품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다음을 비롯한 이유를 들어 ‘메로나’ 제품 자체의 인지도나, ‘메로나’라는 상품명이 널리 알려져 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원고가 주장하는 제품 포장의 종합적인 이미지가 특정 출처의 상품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개별화된 차별적 특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그러한 차별적 특징이 널리 인식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상품의 포장에 사용할 수 있는 색상은 상품의 종류에 따라 어느 정도 한정이 되어 있고, 특히 과일을 소재로 한 제품에 있어서 그 과일이 가지는 본연의 색상은 누구라도 사용할 필요가 있어 이를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공익상 적절하지 않으며, ‘연녹색’은 멜론 맛 아이스크림의 포장에 다수가 사용하고 있어서, 이러한 색상으로 누구의 상품인지를 식별하기는 쉽지 않다. 
아울러 상품의 출처를 그 포장의 색상에 의하여 식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종류의 상품 포장에 타인이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색상을 사용하는 것을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어야 한다. 

② ‘메로나’ 제품명 표시에 사용된 폰트가 특별히 독특하다고 보기 어렵고, 상품명을 특정 색상으로 표시하고 그 가장자리에 다른 색상의 테두리를 둘러 입체감을 주는 것은 빙과류 및 제과 제품 등에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다. 
 
③ 직사각형 모양의 포장지는 ‘긴 막대 형태의 아이스크림바’라는 물품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며, ‘가로쓰기’한 제품명 기재 방식도 가장 일반적으로 채택되는 방법에 불과하다. 
 
④ 과일을 소재로 한 아이스크림 포장의 가운데에 제품명을 기재하고, 그 주변에 과일 사진을 배치하는 것은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어서, 멜론 사진의 배치 등을 포장의 특징적인 요소로 삼기는 어렵다. 
 
⑤  제품명 하단에 기재된 ‘Melon Flavored Ice Bar’ 문구는 제품의 원재료 등을 표시한 것이고, 그 바로 아래 표시된 노란색 줄무늬도 제품에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는 수단이 된다고 볼 수 없다.
 
⑥ 제품의 포장 가운데 부분에 상품명인 ‘메로나’가 크게 기재되어 있고, 그 색상도 검은색으로 바탕색인 연녹색과 대비되어 수요자의 눈에 띄기 쉬운데, ‘메로나’라는 상품명의 사용 기간, 그 인지도 등을 고려할 때, 상품명 자체가 포장의 다른 부분을 압도하여 우선적으로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피고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및 (다)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부정경쟁행위 해당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

 
법원의 원고가 ‘메로나’ 포장이 갖는 차별적 특징이라고 주장하는 세부적 요소들 중 바탕색, 포장지 모양 및 제품명 배치, 멜론 사진 등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평기하기 어렵고, ‘메로나’ 제품의 재산적 가치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메로나’ 제품 자체 또는 ‘메로나’라는 상품명이지 그 포장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원고가 주장하는 ‘메로나’ 제품의 종합적인 이미지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에서 말하는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피고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의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마치며..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메로나’ 제품 포장의 종합적인 이미지가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이에 원고가 항소하였고 현재 항소심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입니다. 
 
미투 제품은 선발 주자가 출시한 원조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판매량을 감소시키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며, 소중한 무형자산인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훼손하는 등의 직접적인 손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하려는 연구개발 의욕을 떨어뜨리는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신제품을 출시하고 광고와 홍보에 힘써 인기를 얻더라도, 금세 비슷한 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면 “연구개발은 해서 뭐하나”라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원조 제품이 미투 제품으로 인해 더 주목받고, 해당 제품의 전체 시장 규모를 확대시키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원조 제품의 단점을 보완한 미투 제품이 출시됨으로써 소비자에게는 제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전반적인 제품의 품질이 개선된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미투 제품이 이미 관행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회사는 한 번쯤 다른 회사 제품의 미투 제품을 출시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다른 회사의 제품에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 우리 제품을 모방하지 말라고 문제삼기도 쉽지 않습니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 많은 미투 제품과 관련하여, 그것도 누구나 알 만한 인기 제품을 둘러싸고 규모가 큰 기업 간에 벌어진 이번 법적 분쟁의 최종적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주목됩니다.